[스크랩] 영어단어의 한글표기에서 언어계통의 차이
Appleforum의 siphermac님이 쓴 글을 허락을 받아 스크랩하였습니다.
(http://www.appleforum.com/showthread.php?t=47071&page=2)
언어계통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아래의 주제 처럼 영어단어의 한글표기에 대한 이해뿐만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를 공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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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슈가 영단어 'leopard'의 한글표기가 '/레/오/파/드/' '/레/퍼/드/' 중
어떤 것이 더 적절한가에 관한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문제에 대한 규정적인 법칙은 없습니다. 단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무엇이 더
'좋은지'가 결정되겠죠.
일단 한국어와 미국영어는 언어계통상 뿌리가 많이 다릅니다.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한국어는
알타이어족이고, 미국영어는 인도유럽어족입니다.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된 영단어
'leopard'는 사전을 참고하시면 아시겠지만
2음절어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음절나누는 방식이 이와 달라서,
예를
들어 하나의 독립어 "/전/화/기/"는 보시는 것처럼 3음절로
나뉘어집니다. 첫번째 음절 '전'은 초성(ㅈ)+중성(ㅓ)+종성(ㄴ)이
결합되어
생성됩니다. 이처럼 한국어는 음절구조가 비교적 명료하기 때문에 각 음절이
갖는 음가가 뚜렷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영어는 흐르는 물처럼 음악과 같은 언어라서 여러가지 규칙에 의해
특정 음절의 하위 구조를 구성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됩니다.
그런 여러가지 규칙 중 하나가 'ease of articulation'이라는 것입니다. 즉,
소리를 만들 때 필요한 에너지가 가능하면 적어야 하고 발음하기도 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논리이죠. 규칙이라기보다는요).
한국어나 영어는 둘다 표음문자이기 때문에 특정 단어의 소리를 자국어의
알파벳으로
재현(물론 단어를 이루는 문자열과 그 단어의 실제 발음은 서로
별개의 것입니다)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된 단어
leopˈard |lɛpərd|는 보시는 바와 같이 2음절어입니다.
한국인 입장(le+o+par+d=>4음절)에서 이는 약간
이해하기가 힘들 수 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e와 o는 각각 '에'와 '오'라는 독립적인 모음의 음가를 갖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시는 분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음운 체계로 leopard
라는 영어단어의 '소리'를
한국어 알파벳으로 옮기면 당연히 레오파드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현지에서 해당어가 어떻게 발음되는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입니다.
영어의 ease of articulation논리에 따르면 leopard의 첫번째 음절인
leop가 왜 '레오프'가 아닌 '레프'로 발음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제가 첨부한 자음과 모음 발음
체계를 보시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성인이 leop 음절을 발음할 때의 혀의
위치와
입모양을 상상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l + e 는 둘 다 입모양이 약간 벌어진 상태에서 발음됩니다. 그래서
'레'와
같은 소리를 만드는 데 별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레'에서 '오'를
생성하고 다시 '파'소리를 생성하려면 혀의 움직임이
상당히(? 이는
어디까지나 영어 원어민 입장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복잡해집니다.
전설모음(혀끝이 구강의 앞부분에
와서 만들어지는 소리) 'e'가
구개후설모음(혀끝이 구강의 뒷부분에 까지 와서 입술까지 약간 벌려야
만들어지는
소리) 'o'로 옮겨갔다가 다시 'pa'소리는 만들기 위해서 다시 혀를
구강 앞으로 옮긴 후, 입술까지 빨리 닫았다가 열어서
파열음(bilabial
plosive)을 생성해야 하므로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많아지게 되고 발음하기도
까다롭게
됩니다. 때문에 모음 'o'의 음가 하나만 생략하더라도 상당한
에너지의 절감이 가능해집니다. 이와 반대로 한국어 음소체계에만
적응된
화자로서는 '오'라는 음가를 생략하게되면 하나의 음절 전체를 생략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레퍼드'라는 원어민의 발음이 이해되기 힘든
것입니다.
l → e → p
: 경제적이고 발음하기
쉬움(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인의 발음을 듣지 못함)
l → e → o → p
: 에너지 소모가 많아짐(한국인
입장에서는 무슨 헛소리?)
이런 구조적 분석 없이 자국어의 음소체계에 근거한 주장을 하게 되면
결론적으로
정치적으로 우세한 입장에 서있는 영어의 발음이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이 정말로 심각한
것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미국의 속주(provincia)라지만, 언어적, 문화적 차이까지
정치적 헤게모니에 의해서
몰이해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그렇다고 레오파드 발음이 더 낫다라는 주장도 어불성설이고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방법을 어머니 지구가 알려주지 않았으니 전쟁이
끊이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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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